스위스 최대 도시이자 세계 유수의 금융 중심지로 알려진 취리히. 현대적인 비즈니스 거리의 면모를 갖추면서도, 리마트강 변과 구시가지에는 중세 시대의 흔적이 짙게 남아 있어 걸을 때마다 새로운 발견이 있는 매력적인 도시입니다.
이번에는 단기 여행자도 효율적으로 둘러볼 수 있고, 취리히의 역사와 문화를 깊이 체험할 수 있는 관광 명소를 엄선했습니다. 단순히 사진 촬영 장소로 지나치기에는 아까운, 각 장소에 숨겨진 역사적 배경과 현지 특유의 분위기를 충분히 전달해 드립니다.
그로스뮌스터
📍 주소: Zwinglipl. 7, 8001 Zürich, 스위스
리마트강 동쪽 기슭에 솟아 있는 특징적인 쌍둥이 탑을 가진 ‘그로스뮌스터(대성당)’. 취리히 거리를 걷다 보면 어디에서나 그 모습을 확인할 수 있어, 말 그대로 도시의 상징과 같은 존재입니다. 현재 건물은 12세기경에 건축된 로마네스크 양식이지만, 그 뿌리는 더욱 오래되어 초대 신성 로마 제국 황제 카를 대제에 얽힌 전설이 남아 있습니다.
전설에 따르면, 카를 대제가 사냥을 하던 중 그의 말이 무릎 꿇었던 장소가 취리히의 수호성인 펠릭스와 레굴라의 무덤이었다고 합니다. 대제는 그 기적의 장소에 성당을 지을 것을 명했다고 전해집니다. 지하에 있는 성당(크립트)에는 다소 머리가 크고 독특한 모습의 카를 대제 옛 석상이 안치되어 있어, 역사의 낭만을 느끼지 않을 수 없습니다.
내부는 츠빙글리에 의한 종교 개혁의 무대가 되었기 때문에 장식이 배제된 소박하고 엄숙한 공간이 펼쳐져 있지만, 아우구스트 자코메티 등이 제작한 현대적인 스테인드글라스가 화려한 색채를 더합니다. 또한, 체력에 자신 있는 여행자에게는 ‘카를의 탑’ 등정을 추천합니다. 약 187개의 좁은 나선형 계단을 오르면, 구시가지의 붉은 갈색 지붕, 발아래 흐르는 리마트강, 그리고 멀리 펼쳐진 알프스 산맥과 취리히 호수라는 평생 잊지 못할 선물 같은 절경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프라우뮌스터
📍 주소: Münsterhof 2, 8001 Zürich, 스위스
그로스뮌스터에서 뮌스터교를 건너 리마트강을 사이에 두고 건너편에 세워진 것이 ‘프라우뮌스터(성모 성당)’입니다. 청록색의 가늘고 아름다운 첨탑이 특징으로, 웅장한 그로스뮌스터와는 대조적으로 여성스럽고 우아한 모습을 보여줍니다.
그 역사는 오래되어, 853년에 동프랑크 왕국의 왕 루트비히 2세가 사랑하는 딸 힐데가르트를 위해 건립한 여자 수도원이 기원입니다. 중세 시대에는 시장을 열 권리나 시장 임명권을 가질 정도로 막강한 권력을 자랑했지만, 16세기 종교 개혁으로 수도원은 해산하고 현재의 개신교 교회로 모습을 바꾸었습니다.
이 교회의 최대 볼거리는 단연 마르크 샤갈이 만년에 제작한 5장의 아름다운 스테인드글라스입니다. 성당 안으로 들어서면 아침이나 저녁 햇살의 각도에 따라 부드럽게 색이 변하는 신비로운 코발트 블루와 붉은 빛에 감싸입니다. 또한, 북쪽에 있는 아우구스트 자코메티 작의 장미창도 놓칠 수 없습니다. 고요하고 신성한 공기가 흐르는 성당 내 벤치에 앉아 역사와 예술이 교차하는 공간에서 천천히 마음을 가라앉히는 시간은 취리히 체류의 특별한 추억이 될 것입니다.
린덴호프 언덕
📍 주소: Lindenhof, 8001 Zürich, 스위스
구시가지의 작은 언덕에 위치한 ‘린덴호프 언덕’은 취리히라는 도시가 탄생한 ‘발상지’입니다. 기원전, 고대 로마군이 세관(관문)으로 성채를 쌓은 것이 이 도시의 시작으로 알려져 있으며, 지금도 그 역사의 무게를 느끼게 하는 돌담이 남아 있습니다.
현재는 보리수(린덴)가 심어진 푸르른 공원으로 정비되어 있으며, 거대한 체스판에서 노는 현지인들이나 벤치에서 담소를 나누는 학생들 등 시민들의 휴식처로 깊이 사랑받고 있습니다. 언덕 위에서는 리마트강의 잔잔한 흐름과 우안의 그로스뮌스터, 그리고 스위스 특유의 아기자기한 집들을 한 폭의 그림처럼 조망할 수 있습니다.
또한 최근에는 이 장소가 세계적인 히트를 기록한 한국 드라마 ‘사랑의 불시착’ 촬영지(오프닝 및 감동적인 재회 장면 등)로 일약 유명해졌습니다. 드라마 주인공들과 같은 구도로 사진을 찍는 여행자들의 모습도 많이 볼 수 있습니다. 취리히 중앙역에서도 도보권이지만, 다소 가파른 언덕길이나 돌길을 걸어야 하므로 운동화 등 편안한 신발을 신고 방문하는 것이 좋습니다.
스위스 국립 박물관
📍 주소: Museumstrasse 2, 8001 Zürich, 스위스
취리히 중앙역에 인접해 있으며, 마치 동화 속에서 튀어나온 듯한 웅장한 성관풍 건물이 ‘스위스 국립 박물관’입니다. 1898년 건축가 구스타프 굴에 의해 중세부터 근대까지 다양한 건축 양식을 융합하여 지어진 이 시설 자체로도 이미 일류 예술 작품이라 할 수 있습니다.
관내에는 스위스 최대의 역사·문화 컬렉션을 자랑하며, 고대 유물부터 중세 무기, 정교한 전통 가구, 그리고 근현대 스위스의 산업 발전에 이르기까지 스위스라는 나라가 어떻게 형성되어 왔는지 깊이 있게 배울 수 있습니다. 단순히 오래된 유물을 나열하는 것을 넘어, 영상을 활용하거나 유리 바닥 아래에 전시하는 등 시각적으로도 지루할 틈 없는 장치가 곳곳에 마련되어 있습니다.
또한 2016년에 증축된 현대적인 신관과의 대비도 훌륭하여, 오래된 역사와 혁신성을 겸비한 스위스 국민성을 상징하는 듯합니다. 날씨에 구애받지 않고 여유롭게 머물 수 있어, 비 오는 날의 관광 코스로도 강력히 추천하고 싶은 장소입니다.
폴리반
📍 주소: Limmatquai 144, 8001 Zürich, 스위스
거리 산책 중에 꼭 경험해 보시길 추천하는 것이 취리히 명물인 레트로한 빨간색 케이블카 ‘폴리반’입니다. 1889년에 개업한 이 노선은 산기슭의 센트럴(중앙역 부근)에서 언덕 위에 있는 취리히 연방 공과대학교(ETH)의 폴리테라스까지 약 176미터의 가파른 경사를 단 100여 초 만에 연결합니다.
과거에는 적자로 폐지 위기에 처했지만, 지역 은행(현재 UBS)의 지원으로 존속하여 현재도 자동화된 최신 시스템 아래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차체를 흔들며 시민들의 발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학생이나 현지 주민의 일상적인 이동 수단이지만, 여행자에게는 작은 놀이기구처럼 즐길 수 있는 숨겨진 명소입니다.
취리히 시내 대중교통 티켓(10구역)으로 그대로 탑승할 수 있는 편리함도 매력입니다. 언덕 위의 폴리테라스에 도착하면 꼭 뒤돌아 발아래 풍경을 바라보세요. 구시가지의 겹겹이 쌓인 지붕과 도시의 번잡함을 상공에서 내려다보는 상쾌한 파노라마 뷰가 펼쳐집니다.
취리히 시내 도보 여행을 더욱 만끽하는 현지 팁
취리히의 주요 관광 명소는 리마트강 주변의 구시가지에 아담하게 모여 있어 도보 산책이 매우 즐거운 도시입니다. 하지만 돌길이나 린덴호프 언덕과 같은 비탈길도 많으므로, 편안한 신발을 신고 이동하는 것이 필수 조건이라 할 수 있습니다.
만약 미술관이나 박물관을 여러 곳 방문하거나 트램·케이블카(폴리반 등)를 자주 이용할 계획이라면, 여행자용 ‘취리히 카드’ 구매를 고려해 보세요. 지정 구역 내 대중교통 무제한 이용은 물론, 많은 박물관(국립 박물관 등)이 무료 또는 할인된 요금으로 입장할 수 있게 되어 현지 체류가 훨씬 편안하고 경제적이 됩니다.
역사적인 교회군에서 고요함을 느끼고, 언덕 위에서 중세 도시 풍경을 내려다보며, 트램이나 케이블카로 현지 일상에 스며드는 경험. 취리히만의 다채로운 매력을 오감으로 충분히 만끽해 보시길 바랍니다.
